매년 겨울이 되면 길고양이를 챙겨주시는 집사님들의 고민이 있죠. 바로 한파의 매서운 바람과 눈에 기껏 챙겨주는 밥과 물이 꽁꽁 얼어버리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쉼터가 없는 고양이들이 그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번글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길고양이를 위한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스티로폼을 활용하자
스티로폼은 단열에 아주 탁월한 소재입니다. 아무리 차가운 물건을 담아도 스티로폼 박스 바깥 부분은 그만큼 차가워지지 않은데요. 게다가 안에선 보냉효과를 거의 완벽하게 해낼 수 있죠. 반대로 단열과 보온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는 쉽게 헤지지도 않고 박스 내부에 담요나 핫팩을 두기만 해도 길고양이를 위한 따뜻한 집이 완성됩니다. 요즘은 아예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급식소나 하우스가 판매되기도 합니다.
스티로폼으로 얼지 않는 물그릇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박스 뚜껑 윗부분을 물그릇이 걸쳐질 정도로 구멍을 내주고, 박스 내부엔 뽁뽁이나 지푸라기 등 보온을 위해 쓰일 만한 재료를 넣어주세요. 안에 핫팩을 하나씩 넣어줘도 아주 좋습니다. 그다음 물그릇을 걸쳐주기만 하면 아주 간단한 얼지 않는 물그릇이 완성됩니다.
단프라 박스를 활용하자
한 번쯤은 모두 겪어보았을 이사와 뉴스에서 검찰 조사 때 들고 나오는 파란색 박스를 아시죠? 이게 바로 단프라 박스입니다. 가벼운 박스이지만 플라스틱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집에 못지않게 아주 견고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중에는 역시 이미 단프라 박스로 만들어진 길고양이 하우스가 있습니다.
이 단프라 박스는 골판지 박스처럼 사이사이가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어 그 사이로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게 설계된 아주 똑똑한 발명품입니다. 방수도 가능하고 방풍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눈과 비를 아주 잘 막아낼 수 있고 비가 샐 염려가 없고 눈에 젖어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단프라 박스로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들어 줄 때에는 박스 내부에 뽁뽁이를 둘러주면 단열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며, 스티로폼을 바닥재로 활용하여 깔아준다면 그야말로 강력한 겨울 집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버려진 가구는 사용하지 마세요.
가끔 쓸만한 폐가구들을 활용하여 길고양이집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가구들로 길고양이의 집을 만들어 주기에는 튼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구들은 MDF로 만들어진 가구 거나 합판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가구들은 야외에 놓을 용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습기에 아주 취약합니다. 야외에서 비나 이슬을 맞게 되면 금방 벌어지고 사이사이 곰팡이도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는 가구들은 점점 비위생적이게 되고 벌어진 틈으로 더욱 차가운 바람이 새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또 썩어가는 목재는 해충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며 이런 가구들은 스티로폼이나 단프라 박스 만도 못하는 내구성과 위생적으로도 아주 좋지 못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지 않는 물그릇을 만드는 또 하나의 팁
겨울철 집사님들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바로 꽁꽁 얼어버리는 물그릇입니다. 밥은 건사료를 줄 수도 있지만 물은 어떻게 처리를 못하는 일이죠. 영하로 한참 떨어지는 날씨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나마 물이 어는 시간을 지연시켜 줄 조그만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조그만 탁구공이나 물 위에 동동 떠서 가볍게 흔들릴만한 물체를 물에 띄워주세요. 바람이 부는 날에 물 위의 탁구공이 흔들거리면서 물살을 일으킵니다. 물은 위쪽부터 얼게 되기 마련인데 이런 잔잔한 물살이 물의 표면을 계속 흔들어 물이 어는 시간을 지연시켜 주게 됩니다.
물그릇은 최대한 어두운 색으로 마련해 주세요. 그리고 물그릇을 놓는 위치는 최대한 햇빛이 닿는 곳으로 놓아주세요. 어두운 색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열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해 줍니다.
길고양이들을 챙겨줄 때 가장 유용한 그릇들은 햇반 그릇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입니다. 금방 치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겨울철만큼은 물만이라도 스테인리스 소재의 그릇으로 급여해 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테인리스 소재는 플라스틱보다 열 전도율이 훨씬 좋아서 물이 어는 시간을 지연시켜 줄 것입니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사랑스러운 길 위의 천사들의 겨울을 챙겨줄 수 있습니다. 정성이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쉽고 간단하게 집을 만들어 보세요. 길고양이를 챙기시는 집사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유용한 팁들이길 바라며 올 겨울을 대비해 보도록 해봅시다.